2026.06.18 19:52
코카콜라 컨투어 병
  이  름: 바이오센터   조회수: 3491   시  간: 2004.11.22 15:00
  이메일: biodic@biodesign.or.kr   홈페이지:

코카콜라가 한 해 몇 병을 팔아치우고, 그 병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 몇 바퀴를 돈다거나, 혹은 디자인에 국한시켜 코카콜라 병을 누가 어떻게 디자인했고, 어떤 변천과정을 겪었으며, 수많은 수집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제 하도 들어 귀가 따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라는 소재를 언급하면서 코카콜라 컨투어 병을 빼놓고 지나가려니 발길이 안 떨어진다. 부시맨이 병을 들여다보듯,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먼저 코카콜라는 둘째 치고 유리병은 왜 없어지지 않고 있을까?
유리병은 언제 어디서든 깨질 수 있고, 캔이나 PET병에 비해 운반비가 몇 배는 많이 들며, 병따개가 없으면 따기도 힘들다.
다른 포장용기에 비해 재활용률이 높아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견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것은 유리병이 회수되어 재활용 기계에 들어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유리병은 모두 28억 개로 이 가운데 대부분이 회수되지 않은 채 버려졌다. 유리병이 완전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자그마치 100만 년이다.
그에 비해 요즘 개발되고 있는 첨단 분해성 플라스틱의 경우는 1년이 지나면 퇴비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분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기능적인 면, 혹은 경제적인 면만 따지자면 생산자의 입장에서 유리병은 그다지 매력적인 물건이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도 마찬가지이다.
몇 병 정도 집 앞 가게에 들러 구입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대형 마트라도 가서 유리병으로 된 콜라 한 박스를사서 들고 올 생각을 해보라. 얼마나 끔찍한가.
물론 이런 물음은 왜 아직 UN성냥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혹은 왜 아직 익스플로러 4.0을 쓰고 있는 사람이있는가 따위의 질문과는 다른 대답을 요구한다.
그들에 대한 수요는 오직 기능과 필요조건 사이의 함수관계에서 나올 뿐이지만 유리병은 다르다. 유리병은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플라스틱이나 금속 용기에 들어있는 음식보다 유리에 들어있는 음식을 깨끗하다고 여긴다.
또 고대에, 유리가 아주 귀해 보석 취급을 받았던 시절의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어서인지 다른 소재에 비해 고급스럽다고 여기기도 한다.
실제로 알루미늄 캔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알루미늄의 금속 성분이 안에 들어있는 음료의 맛에 영향을미친다는 생각에 일부러 유리병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코카콜라 컨투어 병의 경우는 어떨까?
코카콜라 컨투어 병의 경우는 위에 열거한 애매모호한 이유 말고도 보다 확실한 답이 있다. 확실히 기능적인 면에서 본다면 유리병은 알루미늄 캔이나 PET병에 비해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라는 관점에서보자면 유리로 된 컨투어 병이 코카콜라의 가장 최선의 디자인 솔루션인 것이다.
실제로 코카콜라는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대변하고 있는 유리 컨투어 병 대신 알루미늄 캔을 포장용기로 사용하는것에 늦게까지 반감을 가지기도 했다.
1967년 당시 코카콜라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팹시가 알루미늄 캔을 받아들였을 때조차 코카콜라는 유리병을 고집하였다. 코카콜라 컨투어 병을 놓고 단순히 기능적인 면만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것은 마치 앤디 워홀의 작품 [210개의 코카콜라 병](1962)이나 그보다 조금 앞서 코카콜라의 문화적 맥락을 눈치챈 라우젠버그의 [코카콜라 플랜](1958)을 놓고 고전주의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코카콜라 컨투어 병의 디자인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솔직히 형태의 우수성이나 로고의 독특성, 빨간 색의 심리 자극적인 요소 자체에 있기보다는 그것이 20세기에서 코카콜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단단하게 결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코카콜라의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만들었던 반대로 코카콜라가 디자인을 뒷받침 해주었던,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20세기가 둘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에 들어 유리라는 소재에 대한 알루미늄과 PET병의 우수성이 공인되면서 몇몇 사람들은 코카콜라의 컨투어 유리병이 사라질 것이라는 성급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겁고 운반비가 많이 들며, 항상 깨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유리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소재들과 함께 컨투어 병의 전파력을 더해갈 뿐이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PET재질로 된 컨투어 병이 일반화된 상태이며, 몇몇 시장에서는 컨투어 캔 제품도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호하고, 또 소비하는 것은 여전히 유리로 된 컨투어 병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코카콜라 병은 1915년 알렉산더 사무엘슨과 얼 알 딘이 디자인했다.



글_design DB편집실

  관련글
코카콜라 컨투어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