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8 18:41
프로토타입과 디자인 협상론
  이  름: 바이오센터   조회수: 3131   시  간: 2004.11.22 15:01
  이메일: biodic@biodesign.or.kr   홈페이지:

그대 디자이너여 지금 누구와 협상에 임하고 있는가?

디자이너 A가 있다. 그는 B라는 디자인회사에서 C라는 동료와 함께 D라는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의 협상 상대는 누구인가? 질문이 조금 불순하니 단순히 D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C나 B, A, 혹은 모두 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물론 정답은 없다. 싱거운 소리다.
하지만 웃고 넘어가기 전에 첫번째 질문의 변수를 좀더 넓혀보자.

디자이너 A가 있다. 그는 B라는 나라의 C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D라는 디자인회사에서주로 E라는 개발자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F라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G라는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H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그는 I라는 행성에 살고있는 지적 생명체이다.

디자인협상론'이라는 말이 가능한지, 또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떠나, 이런말을 떠올린 이유는 우리가 무언가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들이 하는 '디자인' 역시 당연히 무언가와 상호작용을 하게 마련이어서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 속에는 다양한 층위를 이루는 상호작용들이 겹겹이 쌓이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디자이너 내부에서부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와, 더 나아가 자연의 법칙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가능한 변수의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앞의 질문에서 이 중 가장 상위의 협상 상대를 찾으라고 한다면 I를 꼽고 싶다. 화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만약 그들도 디자인이란 것을 한다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만약 지구의 중력이 조금만 약했다면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자연과의 협상에서 좀더 강경한 입장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먼저다 무엇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디자인 제어 메커니즘 상의 레이어를 말하는 것이다.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한번 반대로 깊숙이 들어가보자. 가장 치열한 싸움터가 되는 디자이너의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디자이너 내부의 일을 협상이라고 부르기에 어색한가? 그렇다면 그것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선택의 문제라고 불러야 할까? 선택은 갈등의 산물일 뿐, 갈등의 해소방법은 선택이 아니라 협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협상이 없는 선택은 좋은 디자인일 수 없다. 또 디자이너는 최선의 결과를 낳기 위해 끊임없이 협상테이블에 임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협상이 잘만 풀리는 것은 아니다. 때론 결렬되기도 하고, 때론 지지부진 늘어질 때도 있다.

또 그것은 하나의 층위에서만 잘 풀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동시에 여러 층위에서, 때로는 레이어를 넘나들며 정신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디자인협상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현실의 디자인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협상의 대상은 F라는 클라이언트, 좀더 인심 써서 G나 C 정도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즉, 너무 협소한 협상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번 디자인디비 특집에서는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간여하는 다양한 층위의 협상대상을 찾아보았다.
때로는 디자이너의 내부에서, 때로는 일하는 일터에서, 또 디자이너를 둘러싼 문화적 환경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가. 디자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디자인은 협상의 문제이다.

글_design DB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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